바람개비/책 읽기

마흔 살의 책 읽기 / 유인창 _ Epilogue

Bong Juni 2014. 3. 17. 11:20

Epilogue

알랜 B.치넨의 책 《인생으로의 두 번째의 여행》에서 중년의 남자는 당나귀로 표현된다.
책에 인용된 '인생의 시간 동안에'라는 이야기에 의하면...

신은 세상을 창조한 후 모든 짐슴들이 30년을 살도록 한다.
하지만 힘든 당나귀는 그 대가로 조금 더 오래 살게 해  달라고 청한다.
신은 당나귀에게 18년을 더 살게 허락한다.

개는 늙는 게 두려워 몇 년을 덜 살게 해 달라고  한다.
원숭이도 더 빨리 죽는 걸 청했고, 신은 10년을 줄여 준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사람은 30년은 너무 짧다고 투덜댄다.
신은 당나귀에게서 18년을 빼앗아 주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한다.
신은 개와 원숭이에게서 뺏은 나이도 사람에게 준다.

그래서 인간은 첫 30년은 건강하고 행복하다.
그 30년은 본래부터 주어진 인생이기 때문이다.

30년이 지나고 나면 인간은 당나귀에게서 뺏어 온 18년을 산다.
그 18년은 당나귀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며 채찍을 맞는다.

개의 나이를 뺏어 온 그 다음의 시간은 따뜻한 불 곁에 앉아 으르렁거리기만 한다.

마지막의 시간은 원숭이이에게서 받은 시간이기 때문에 제 멋대로 행동한다.



나이든 사람은 당나귀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항상 힘든 짐을 지고 다니며 일을 제대로 못할 때는 채찍을 당한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주어진 운명을 벗어 던질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했지만 그 이론은 20세기까지만 유효하다.

21세기에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만들어진다.
남자는 이제 태어나지 않는다.
결혼 후에 그리고 나이 든 후에 만들어진다.



나이든 남자는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이 없기 때문이다.
당나귀에게 꿈이 있을 리 없다.
그저 돈을 벌고 밥을 먹는다.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지도 잘 모르면서 열심히 돈을 번다.

남들보다 잘 살거나 남들만큼 살아 보겠다는 원대한 포부는 진즉에 접었다.
꿈도, 욕망도 접어 버렸다.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 꿋꿋하게 바티고 있는 것은 밥벌이였다.
수명을 깎아서 돈을 버는 것 같았다.
삶은 인정 사정없이 밥벌이에 끌려 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인생이 지나고 있었다.



정년까지 직장을 다니는 게 꿈이라고들 하지만 그게 길몽인지 악몽인지 모를 일이다.

밥벌이만 하다가 시들어 가기에는 세상이 너무 황홀해 보였다.
꿈도 욕망도 없이 살아가기에는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 보였다.

삶은 끝나지 않았고, 살아야 하고, 살아가야 했다.
남은 시간들에 의해서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가야 했다.

당나귀의 삶이지만 한 번이라도 생각대로 살아 보고 싶었다.
꼭 한 번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었다.
스스로를 위한 즐거운 게임을 하고 싶었다.





'마흔 살의 책 읽기'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은 오랜만이다.

그 동안... 작년까지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읽는다고 해도 판타지 소설류의 읽으면서 재밌고, 읽고 나면 뭔가 결말이 비슷해 지는 책.
그것도 휴대폰에서 볼 수 있는 텍스트 화일로만 된 것을 틈틈히 읽었을 뿐이다.

20대의 삶,
혼자서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신만 책임지면 되는 총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삶.
이 삶속에서 읽었던 수필집과 시집.

그 후...
참으로 오랜만이다.
읽으면서, 생각하면서, 다시 짧게 글로 적으면서 읽은 책이다.



어떤 책을 읽든... 무협, 판타지, 추리, 역사, 수필, 시집, 전기등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이 있다.
자신이 가지고 감성과 삶의 모습에 따라 같은 글이라도 자신에게 와 닿은 깊이는 다르다.

이 책은 지금의 내 삶속에서 어떤 깊이로 다가 왔을까?



지금의 나의 삶은...
안정적인 직장속에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내 주변의 동기, 동료와 비슷한... 평범한 삶이다.

이러한 삶속에서 책에서 말하는 대로...
제 2의 삶에, 자신이 원하는 삶에 도전할 수 있는 마흔의 삶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행복할까?
지금의 삶이 내가 꿈 꿔 오던 삶일까?
아니면...

다시 새로운 삶에 도전해야 할까?



아직도 정확한 답을 모른다.
어쩌면...
두려움 때문에 답을 애써 모른 척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삶으로의 도전이란...
지금껏 살아 온 삶을 포기 해야만 할 수 있다.

지금의 삶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의 삶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두려움을 이길 용기가 필요하다.



무언가가 필요하다.
두려움을 물리치고, 용기를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무엇일까?

없다.
아무것도 없다.


내가 일할 수 있는... 밥벌이 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동기와 동료 그리고 친구가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내가 웃음과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가정이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

지금의 내 삶, 마흔의 삶이다.

마흔의 삶 동안 내가 이루어 논 것이 너무나(?) 많다.
마흔의 다른 사람들이 이루어 논 삶과 비슷하겠지만...

나에게는
감사하고 기뻐하고  행복한 삶이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회사와 주변의 사람과 가정의 미래는 모른다.

모든 것이 밥벌이에서 출발하는 현실이다.
지켜야 할 가치관마저 밥벌이에 밀려나는 현실이다.
지금껏 내가 지키고 있는 가치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정년퇴직을 할 수 있는 회사,
변함이 없는 친구,
버팀이 될 수 있는 가정이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한 후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물려 받을 부모의 부와 능력도 없다.
나에게는 몸으로 때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퇴직을 한 후에도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몸을 튼튼히 만들어 놓는 것,
이것이 새로운 삶에 도전할 수 있는 첫 번째 준비다.

어떤 일... 전문직?... 이것도 밥벌이를 위한 수단 ...을 해야만 하는 것은 또 다른 준비를 필요로 한다.
어떤 일...?



저자는 밥벌이에서 벗어 나서 제 2의 삶을 살라고 하는데...
나는 밥벌이에서 벗어 날 수 없을 것 같다.
^.^

밥벌이를 하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을 만들자.
회사를 나와서도 밥벌이는 계속 될 테니까...
혹, 로또의 한방이 있으면...

저자가 욕 하겠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