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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람사는 이야기

불평등에 맞서는 활동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하여.

원문주소.
: http://unsoundsociety.tistory.com/m/post/652

2005년부터 2007년 여름까지 2년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가족들과 함께 ‘늦깎이 유학’에 나섰으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웠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고민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갈지, 돌아가면 어떤 삶을 살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른바 ‘세속적 성공의 경로’에 마음의 곁눈질도 많이 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케네디스쿨에 공부하러 왔던 초심을 늘 생각했습니다.
어떤 식이든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버틴 2년이 훌쩍 지나가 어느덧 졸업식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 라는 화두를 던진 바로 그 졸업식 축사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연설을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나는 이 말을 하기까지 30년을 기다려 왔습니다. 아빠, 내가 항상 말했죠. 꼭 돌아와서 (하버드대) 졸업장을 받을 거라고”
라는 농담으로 그는 축사를 시작했지만 이어지는 그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는 큰 후회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내가 하버드를 중퇴할 때 엄청난 세상의 불평등(inequity)에 대해 거의 자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백만의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건강과 부, 기회의 가공할만한 격차를 이해하지 못했다.”
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알게 되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가난한 나라에서
소아마비, 말라리아, 홍역, 폐렴, 황열병과 같은 이미 치료제가 개발된 병으로 수백만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 아이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간 이유는 단지 그들의 엄마 아빠가 시장에서 아무런 힘도 없었기 때문.”
이라고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좀 더 창의적인 자본주의를 발전시킨다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시장의 힘이 좀 더 잘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
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물었습니다.
“하버드 가족 여러분,
여기 졸업식장에 있는 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지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의 집합체입니다.
그런데...무엇 때문에 와 있습니까?”

그 순간 심장이 날카로운 뭔가에 찔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은 많은 기대도 받는다.”
“우리가 받은 재능과 특전, 기회를 생각할 때 세상이 우리에게 아무리 요구하더라도 지나침이 없다.”
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올라갔습니다.
“활동가가 되십시오.
커다란 불평등과 맞서십시오.
그것은 여러분들 삶에서 가장 훌륭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축사를 끝맺었습니다.
“나는 30년 후 당신이 직업적 성취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장 깊은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기를 바랍니다.”



빌 게이츠의 연설은 이후 제 마음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제가 힘들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제가 인생의 먼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항상 이 연설문을 꺼내 읽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