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개비/책 읽기

고구려 4권 <고국원왕, 사유와 무> / 김진명 _ 새움 출판사, 2011년 11월 29일 출간.

2월 9일 일요일에 예약한 책이 휴대폰으로 문자가 날라왔다.
목요일 오후, 야근을 마치고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문자가 와 있어 다음날 즉, 오늘 아침에 회사를 마치고 도서관으로 갔다.

다 읽은 고구려 1권부터 3권는 반납하기위해, 4권은 대출 받기위해.
이원호의 '바람의 칼' 1, 2권도 함께 대출 받았다.


고구려 4권 _ 고국원왕, 사유와 무
낙랑을 수복한 고구려는 1년 후 서진을 계속하여 대방과 현도를 차지하며 영토를 넓히며 요하의 패자로 자리 잡는다.
이로서 수백 년간의 숙적 한사군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대방과 현도를 빼앗기 전에 고구려는 태자를 정하여야 하는데...
왕자인 '사유'와 '무'는 형과 동생의 사이면서도 그 성정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백성의 풍요로움이 곧 국가의 힘을 상징한다며 전쟁은 되도록이면 하지 말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유는 무예에 대한 소질이 없고 몸도 약한 편이다.
동생인 '무'는 형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체격도 좋은데다 무예 역시 뛰어난 무는 나라가 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백성의 희생은 당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고구려가 처한 현실에서는 강인하고 용감한 무가 당연히 태자가 되어야 하며 그것이 거의 사실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사유 본인 조차도 동생인 무가 태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천왕인 을불은 태자로 형인 '사유'를 선택해 황후인 아영 뿐만이 아니라 관료들을 놀라게 한다.

이유는...?
《 ...
그렇게 백성들과 어울리던 을불은 한밤중이 다 되어서야 두 왕자를 돌아 보았다. 그들 역시 좌물촌 장정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크게 상반되어 있었다. 건장하고 몸이 온전한 사내들 사이에 섞여서 그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장수와 병사의 덕목을 논하고, 꺽은 나뭇가지로 합을 겨루며, 이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하는 무.
그리고 비참한 몰골을 한 사내들의 사이에서 금방이라도 울듯한 얼굴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떨어트린 사유. 언젠가부터 그는 손을 들어 그들의 사라진 팔다리 어름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한참 그렇게 이들을 번갈아 살펴보는 을불의 곁으로 여노가 다가왔다.
"폐하, 큰 왕자께서 심성이 너무 유약하여 걱정 하십니까?"
"유약하다?"
"그래도 마음이 무척 착한 분이십니다. 향후 작은 왕자님의 모자란 부분을 잘 채워 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을불은 여노의 말에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었다.
"그대와 내가 참 많은 일을 해내야만 하겠다. 조금만 더 나를 도와주게."
"이를 말씀이겠습니까. 죽는 그날까지 폐하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고맙네"

을불의  회상이 잦아들면서 신료들은 그의 얼굴에 약간의 눈물이 비치는 걸 보았다.
"장애가 심한 사람일수록 무의 곁에는 가지 않았소. 무는 온 마을이 장애인이 그 마을에 가서도 온전하고 건장한 젊은 이들만 모아 무용다믈 듣고 전략을 논하며 끝없이 전쟁 이야기를 하고 있었소. 사유는 자식 잃은 노파를 어머니라 부르고 팔다리 떨어져 나간 불구자들을  어루 만지며 눈물로 그들을 위로해 주고 있었단 말이오. 왕후 백성이란 무엇이오?"
"......."
"군주란 또 무엇이오?"
"......."
"전쟁에 이기면 왕실과 조정은 부요하고 행복하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백성은 목숨을 잃고 불구가 되며 가정은 망가지지 않소. 전쟁은 피하여 더 이상 싸움이 없다면 왕실은 궁색하고 고관대작들은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겠지만 , 오히려 백성은 가정에서 식구들과 살 수 있지 않겠고? 나는 그때 확신을 얻게 되었고. 항상 전쟁에 이기고 그리하여 모든 백성들을 싸움터로 몰아내는 용맹한 군주에 비해 전쟁에 지더라도 백성을 전쟁에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옹졸한 군주가 못하지 않다는 걸 말이오"
"......."
"무는 너무 전쟁을 잘할 아이요. 백성의 수효도 얼마 되지 않는 이 고구려의 장정들은 그 아이를 따라 다니며 끝도 없이 목숨을 잃고 팔을 잃고 다리를 잃을 거요. 군주는 백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의 영광을 이루는 자가 되어서는 아니 되오. 태자는 사유가 맞소."
을불의 마지막 말에 대소 신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엎드리고 말았다.
... 》



선비족인 모용위는 '대선우'라는 칭호를 가지며 자신의 세대를 알리면서도 고구려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 이유가 주아영과의 약속 때문이었을까?

을불이 낙랑에서 다루라는 신분으로 모용위와 주태명의 집에서 부딪히게 되었다.
철값을 높게 적어 내는 사람에게 철을 준다는 주아영에게 모용외는 자신을, 을불을 낙랑을 적었다.
을불은 낙랑을 가짐으로서 왕후가 된 주아영에게 약속을 지켰다.
반면 자신을 내 놓았던 모용외는 주아영을 이길 수가 없었고  이는 고구려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과 같은 것이었을까?



한사군을 없애 버린 고구려는 선비족을 통일시킨 모용위와 천하를 놓고 다투게 되었다.
미천왕 32년 모용위의 셋째인 모용황을 앞세워 전쟁을 하게된다.
고구려 10만 대 모용위 15만.

전쟁중 모용위는 고구려의 왕자 '무'에 의해 칼에 찔리지만 사로잡은 무를 놓아준다.
자신이 사랑한 아영의 모습때문에...
이 모습을 본 모용황은 반란을 일으킨 후 칼에 찔린 모용위를 수레에 실어 쫓아낸다.

계속된 싸움은 점차 고구려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

《 ...
곧 함성이 잦아들고 모든 병사가 을불을 바라보며 주먹을 쥔 채 그의 마지막 훈시에 귀를 기울였다.
"저들은 사납고 거칠다. 그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어쩌면 우리 고구려보다도 강할 것이다. 오늘의 싸움은 이기기 힘들지도 모른다. 할 수만 있다면 나조차 이 싸움을 피하고 싶다. 그러나... 그러나 묻겠다. 고구려 병사들아! 너희는 너희가 살고 너희의 아들이 저 무서운 적과 싸우기를 바라느냐?"
갑작스런 을불의 질문에 군영에 침묵이 흘렀다. 무어라 답할지 몰랐던 것이다.
"......."
"저들은 둘 중 하나가 멸망하는 그날까지 싸움을 걸어올 것이다. 그때 너희의 자식들이 대신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기를 바라느냐?"
"......."
"너희의 싸움을 자식에게 미루겠느냐 말이다!"
"아닙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순간 누가 먼저인지 모를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어서 수많은 장졸들이 입을 모아 외치듯 답했다.
"나느 오늘 이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고구려 군사에게 후퇴란 없다. 이겨라, 반드시 이겨내어 자식의 손에 칼 대신 농기구를 주어주는 아버지가 되어라!"
어어진 우레 같은 함성 속에 을불은 홀로 말했다.
"그것은 또한 나의 소망이다."
이윽고 하늘 끝까지 치솟은 고구려군의 함성 속에서 조불이 진격의 명을 내렸다.
...》

정신적인 무장은 확실하나 군사의 차이는 메울 수 없는 고구려군은 을불의 앞에까지 화살이 날라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때 나타난 왕자 무.
여노 대장군의 원수인 모용외를 베어버린 무는 을불에게 '아버님'이라 부른다.
이를 본 고구려군은 패색이 짙었던 전쟁을 일시에 반전 시켜 모용황을 물러서게 만든다.

《 ...
-사유와 무는 가까이 오라.
-쓰러질 것만 같구나. 나의 팔을 붙들어다오.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라. 나는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전쟁은 끝났느냐?
-그래... 우리 군사가 이겼단 말이지!
-내 눈으로 이 위대한 광경을 볼 수 없다느 것이 안타까울 뿐이구나.
-하하하. 하하하.......
-사유야, 오늘부터는 네가 바로 고구려다. 네 결정과 네 마음이 바로 최선의 것이다. 그 고운 마음을 잃지 말아라.
-무야, 나는 너와 내가 다른 사람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네가 바로 나다. 네가 있기에 나는 마음 편히 죽을 수가 있구나.

을불은 마지막 한 조각 힘을 짜내어 아들들에게 물었었다.
"나는 좋은......."
"좋은 왕이셨습니다. 너무나도 훌륭한 영웅이셨습니다."
"...... 좋은 아비였느냐?"
"그랬습니다."
"그렇구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는 듯하더니 그것을 마지막으로 을불은 눈을 감았다. 찬 바람을 맞으며 그이 몸은 이내 딱하게 굳었다. 여전히 깃발을 잡은 한 팔을 높이 든 채로, 양 다리는 말 등에 붙인 채로,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를 떠 올린채로 그는 두 아들 사이에서 숨을 거두었다.
.......

고을불(高乙佛).
폭군 봉상왕을 몰아내고 태왕의 자리에 오른 뒤 서쪽으로는 한사군을 되 찾았으며 북쪽으로는 선비족을 꺽은 불세출의 영웅. 밖으로는 숙신을 품에 안고 안으로는 민생을 깊이 살피어 만백성의 사랑을 깊이 받은 성군. 단 한 번의 패배도 겪지 않고 단 한 번의 반란도 겪지 않은 위대한 군주.
고구려 제 15대 태왕 미천왕(美川王)은 그렇게 전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




백성을 위할 수 있는 왕.

을불, 자신을 이어 고구려를 다스릴 수 있는 태자를 '사유'로 정하는데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자신의 세대에서 고구려 주변의 모든 나라들을 복속 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을까?
사유의 시대가 되면 고구려가 외부의 침략이 없이 태평성대한 세대를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식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을불의 말.
즉, 후손의 삶을 위해 현재의 자신이 싸워서 지켜야 하는 것.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은 과거의 선조들이 흘린 땀 또는 피를 바탕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일까?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 자신부터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고만 있지 않을까?

가진 것이 없는 나도 나만 바라보고 살아 가고 있는데...
재물과 권력등 가지고 잇는 것과 지키고 있어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은 더욱 자신만을 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남을 짓 밟는 짓도 머뭇거림도 없이 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사람을 존경 한다면서 자신의 꿈을 이에 맞춰서 키워 가려는 사회. 
돈이면 다 되는 세상속에서 돈이 있고 없음에 또는 많고 적음에 따라 사람의 인격이 달라지는 사회.

이러한 사회속에서 자신이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같은 색으로 옷을 맞춰 입어야 하나?
어쩌면 나 자신조차 같은 색의 옷으로 갈아 입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조차 모르게...